2. 캐츠비가 이야기하는 인류의 술문화
불과 냄비, 그리고 인간이 술을 ‘농축’하기 시작한 순간

발효주까지의 술은 자연과 공존하는 음식에 가까웠다.
하지만 인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불을 다루던 인간은 결국 술에도 불을 대기 시작한다.
이 순간부터 술의 성격은 완전히 달라진다.
1. 증류의 탄생: 술은 ‘양’에서 ‘밀도’의 세계로 들어간다
1-1. 증류는 술을 만들기 위해 태어난 기술이 아니었다
중요한 점부터 짚자.
증류는 원래 술을 위한 기술이 아니었다.
약초의 유효 성분 추출
향료, 정유, 화장품
연금술(Alchemy)의 실험 도구
알코올은 단지 가장 먼저 눈에 띈 부산물이었다.
끓는점의 차이.
물보다 먼저 증발하고, 다시 응축되는 투명한 액체.
그리고 그것이 만들어내는 강렬한 효과.
인류는 여기서 직감한다.
“이건 다른 차원의 물질이다.”
2. 이슬람 세계와 증류 기술의 완성
2-1. 아이러니한 중심지
증류 기술을 체계화한 곳은 다름 아닌 이슬람 문명권이다.
알렘빅(Alembic) 구조 정립
반복 증류 개념 확립
알코올(al-kuḥl)이라는 단어 자체가 아랍어
아이러니하게도, 술을 마시지 않는 문화권이 술의 핵심 기술을 완성했다.
이 단계에서 알코올은:
음료가 아닌 약
향료의 용매
의학적 도구
즉, 여전히 “마시는 술”은 아니었다.

3. 수도원으로 넘어간 불의 기술
3-1. 중세 유럽, 수도원이 실험실이 되다
십자군 전쟁과 교역을 통해 증류 기술은 유럽으로 넘어온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받아들인 곳이 수도원이었다.
수도사들은:
포도주, 맥주를 증류했고
약용 증류주(Aqua Vitae, 생명의 물)를 만들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등장한다.
“Spirit” – 영(靈)
증류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정수’만 남긴 술이었다.
술은 처음으로 영적 은유를 얻게 된다.
4. 증류주가 바꾼 술의 위상
4-1. 술은 더 이상 모두의 음식이 아니다
증류주의 등장은 술을 계층화한다.
발효주: 일상, 노동, 식사
증류주: 약, 권력, 사치, 통제
도수가 높아진 술은:
오래 보관 가능
적은 양으로 강한 효과
이동과 거래에 유리
이때부터 술은 경제적 자산이 된다.
5. 지역 술의 정체성이 태동하다
증류 기술이 퍼지며 각 지역은 자신들의 재료로 술을 만든다.
포도 → 브랜디
곡물 → 소주, 보드카
사탕수수 → 럼
아가베 → 메즈칼(데킬라)
아직 ‘위스키’라는 단어는 없지만,
위스키가 태어날 환경은 이미 완성되어 있었다.

6. 캐츠비의 관점: 술은 인간의 욕망을 농축한다
발효주가 공동체의 리듬이었다면,
증류주는 개인의 의식을 흔든다.
적게 마셔도 강하다
취함이 빠르고 깊다
통제가 필요하다
그래서 증류주는 항상:
규제의 대상이었고
동시에 욕망의 대상이었다
이 긴장 관계가 훗날
합법 증류, 과세, 숙성, 품질 규격으로 이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