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캐츠비가 이야기하는 인류의 술문화
왜 지금, 우리는 싱글몰트를 마시는가

열풍의 본질과 위스키의 다음 장
여기까지 왔다면, 이제 질문은 역사적 사실이 아니라 태도의 문제다.
술은 이미 충분히 많고, 충분히 싸며, 충분히 강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굳이 싱글몰트를 찾는다.
왜인가.
1. 싱글몰트 열풍은 ‘유행’이 아니다
싱글몰트의 재부상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니다.
그것은 산업 사회 이후의 반작용이다.
표준화된 맛
과도한 브랜드 마케팅
어디서나 같은 경험
이 모든 것에 대한 피로가 쌓였을 때,
사람들은 다시 출처(origin) 를 묻기 시작했다.
“이 술은 어디서 왔는가?”
“누가, 어떤 환경에서 만들었는가?”
싱글몰트는 이 질문에 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술이다.
2. 테루아(Terroir): 위스키가 땅을 말하는 방식
과거에는 와인만의 언어였던 테루아가
이제 위스키에서도 논의된다.
수원(水源)의 성질
기후와 숙성 속도
미생물 환경
증류소의 설비와 사람
싱글몰트는 이 모든 것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차이를 드러낸다.
이것이 블렌디드와의 근본적 차이다.

3. 일본 위스키와 ‘해석의 시대’
21세기 들어 중요한 변화가 하나 더 일어난다.
스코틀랜드 밖의 싱글몰트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일본은:
스코틀랜드의 기술을 존중하면서
일본 특유의 정밀함과 절제를 결합했다
야마자키, 하쿠슈, 요이치—
이들은 “모방”이 아니라 해석이었다.
이 시점부터 싱글몰트는
지리적 독점에서 벗어나
철학적 범주가 된다.

4. 크래프트 증류소의 시대
대형 브랜드의 그늘 아래,
소규모 증류소들이 다시 등장한다.
지역 농가와의 협업
자체 보리 사용
실험적 캐스크
소량 생산
이들은 묻는다.
“우리는 어떤 맛을 남길 것인가?”
싱글몰트의 미래는
이 질문을 감당할 수 있는지에 달려 있다.
5. 지속가능성과 시간의 문제
위스키는 본질적으로 시간을 소비하는 술이다.
긴 숙성
자원 집약적
기후 변화의 영향
그래서 앞으로의 위스키는
맛 이전에 태도를 요구받는다.
물 관리
숲(오크) 관리
지역 사회와의 공존
이 역시 싱글몰트가 다시 선택되는 이유다.
대량 생산보다 책임 있는 생산이 어울리는 술이기 때문이다.

6. 캐츠비의 결론: 싱글몰트는 ‘속도에 대한 저항’이다
싱글몰트는 느리다.
빨리 만들 수 없고
빨리 팔 수도 없으며
빨리 이해되지도 않는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싱글몰트를 마신다는 것은
단순히 술을 고르는 행위가 아니다.
“나는 시간을 어떻게 소비할 것인가?”
“나는 무엇을 기억하고 싶은가?”
이 질문에 대한 작은 대답이다.
7. 처음으로 돌아가며
우리는 처음에 이렇게 시작했다.
우연히 발효된 과일
공동체의 술
불과 냄비
이름 없는 증류
글렌리벳
신대륙
블렌디드
그리고 다시 싱글몰트
이 긴 여정의 끝에서 알게 된 것은 하나다.
술은 인간의 역사이고,
싱글몰트는 그 역사에 붙인 각주다.
작지만, 지워지지 않는.

에필로그
다음에 글렌리벳 한 잔을 들 때,
그건 단지 “부드러운 스페이사이드”가 아니다.
불법 증류의 시대
합법의 상징
싱글몰트의 기준
그 모든 시간이
잔 안에 조용히 들어 있다.
그리고 그것을
알고 마시는 순간,
술은 다시
이야기가 된다.